일본어를 공부하다 보면 일본을 니혼(ニホン)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닛폰(ニッポン)이라고 해야 할지 한 번쯤 헷갈린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실제 일본에서 생활하면서도 일본인들이 “닛폰”이라고 하기도 하고, “니혼”이라고도 하니 과연 어떤 발음이 공식적이고, 무엇이 정확한 표현일지 궁금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일본 생활 9년 차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리고 NHK·TBS가 조사해 발표한 자료를 참고하여
‘일본’이라는 단어가 실제 일본 사회에서 어떻게 발음되고 있는지, 또 두 가지 발음이 왜 공존하게 되었는지를 정리해보았습니다.
1. 결론부터 말하면

가장 중요한 결론은 이것입니다.
‘일본(日本)’은 ‘니혼(ニホン)’과 ‘닛폰(ニッポン)’ 모두 맞는 표현이며, 정부·법률·사전 어디에서도 공식적인 ‘정답’을 규정하지 않았습니다.
역사적으로 발음을 하나로 통일하려는 시도는 여러 번 있었지만, 결국 “둘 다 사용 가능하다”는 방향으로 정리된 상태입니다.
1-1. 제1차 시도 (1934년)
1934년, “국호를 ‘닛폰’으로 통일하자”는 안이 제안되었지만, 정부 차원의 공식 결정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그대로 보류되었습니다.
1-2. 제2차 시도 (1970년, 오사카 만박 직전)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를 앞두고 국회에서 다시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여기서도 명확한 결론 없이 논의가 종료되었습니다.
1-3. 제3차 시도 (2009년)
2009년, 한 민주당 의원이 “국명 발음을 어느 쪽으로 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서를 제출했지만, 이에 대해 내각은 다음과 같이 답변했습니다.
‘니혼’과 ‘닛폰’ 모두 널리 사용되므로 굳이 하나로 통일할 필요가 없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공식적으로 발음을 통일하지 않는 방향, 즉 “둘 다 OK”라는 결론을 다시 확인한 셈입니다.
2. NHK는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NHK는 한국의 KBS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일본의 대표 공영방송으로, NHK에서 채택하는 발음은 일본어 표준어의 기준으로 여겨질 만큼 영향력이 큽니다.
NHK는 설립 초기인 1934년에 국호 ‘日本’의 발음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부 방침을 정했습니다.
- ‘공식적인 국호’로 사용할 때는 ‘닛폰(ニッポン)’
- 그 외의 문맥에서는 ‘니혼(ニホン)’도 허용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실제 사용 경향은 달라졌는데, 2004년 NHK가 전국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의 사용 비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 니혼(ニホン): 61%
- 닛폰(ニッポン): 37%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니혼’ 사용률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현대 일본 사회에서는 ‘니혼’이 더 일반적인 발음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3. 두 발음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니혼(ニホン)과 닛폰(ニッポン)이라는 두 발음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는 여러 설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아래 두 가지 설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3-1. 닛폰(ニッポン)의 기원
평안 시대, 일본과 당나라의 교류가 활발하던 시기 중국인들은 日本을 다음과 같이 발음했습니다.
- 日 → 니에트(ニエット)
- 本 → 푸안(プァン)
일본인들은 이 중국어 발음을 듣고 니에트푸안 → 닛폰(ニッポン) 으로 받아들였다는 설이 있습니다.
즉, 중국식 발음이 일본식으로 변형되며 ‘닛폰’이 생겨났다는 설명입니다.
3-2. 니혼(ニホン)의 등장
‘니혼’이라는 발음은 에도 시대에 들어 더욱 뚜렷해졌는데, 빠르게 이야기하는 에도(도쿄) 지역 사람들의 말투 영향으로 아래처럼 점차 축약되면서 지금의 ‘니혼’ 발음이 널리 퍼졌다는 설입니다.
니핫폰 → 니훤 → 니혼
이 변화는 지역적 차이에도 영향을 주어, 도쿄(에도)를 중심으로 한 동쪽 지역에서는 ‘니혼’, 오사카·교토 등 서쪽 지역에서는 ‘닛폰’이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日本橋’라는 곳이 도쿄에도 있고 오사카에도 있는데, 읽는 방법은 아래처럼 다릅니다.
도쿄: 니혼바시
오사카: 닛폰바시
4. 언제 ‘니혼’, 언제 ‘닛폰’을 쓰나?

일상에서는 대부분 ‘니혼’이 사용되지만,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두 발음이 구분되어 쓰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4-1. 일상 회화, 뉴스, 행정 문서
일상 대화나 뉴스, 행정 문서에서는 자연스럽게 ‘니혼’이 표준처럼 사용됩니다.
예시
- 日本語(일본어) → 니혼고
- 日本人(일본인) → 니혼진
4-2. 강조, 공식 행사, 스포츠
‘닛폰’은 보다 강하고 공식적인 느낌을 줄 때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시
- 스포츠 경기 응원 구호 → “닛폰!닛폰!”
- 日本銀行(일본은행)의 공식 명칭 → 닛폰긴코
- 국가적 행사나 일본을 대표하는 맥락에서 사용 빈도 높음
결국 두 발음은 단순한 발음의 차이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어떤 뉘앙스를 전달하고 싶은가’에 따라 자연스럽게 선택되는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5. 마무리
정리하자면, 일본 정부는 ‘니혼’과 ‘닛폰’ 중 어느 한쪽으로 발음을 통일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두 표현 모두 역사적으로 정당한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오늘날에도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누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실제 생활에서는 ‘니혼’이 훨씬 자주 쓰이지만, 스포츠 경기나 국가적 분위기를 강조할 때에는 ‘닛폰’을 들을 수 있습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어느 쪽을 사용해도 전혀 문제는 없지만, 일상 회화에서는 ‘니혼’이 더 널리 쓰인다는 점만 기억해두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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