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한국과 달리 음력설이 아닌 양력설(お正月, 오쇼가츠)을 설날로 쇠며, 이 시기는 일본에서 1년 중 가장 신성하게 여겨지는 특별한 기간입니다.
그만큼 일본에는 예로부터 “설날에는 하면 안 된다”고 전해 내려오는 여러 금기들이 존재하는데, 요즘 일본 생활에서는 모든 금기를 철저히 지키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이러한 풍습이 생겨난 이유를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일본에서 설날에 하면 안 되는 대표적인 6가지 행동을 중심으로 그 의미와 배경을 함께 정리해보았습니다.
일본의 설날이란?

일본의 설날은 오쇼가츠(お正月)라고 하며, 기간에 따라 다음과 같이 구분되는데 지역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삼가일(三が日) : 1월 1일 ~ 1월 3일
- 마츠노우치(松の内) : 1월 7일까지
- 고쇼가츠(小正月) : 1월 15일까지
이처럼 일본에서는 설날의 범위를 하루로 한정하지 않고, 여러 기간으로 나누어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 특징이며, 그중에서도 삼가일이 일본 설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신성한 시기로 여겨집니다.
1. 삼가일에 하는 것들
삼가일 동안 일본 사람들은 보통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새해를 맞이합니다.
- 신사에 가서 첫 참배인 하츠모데(初詣)를 하고, 오미쿠지(おみくじ)를 뽑아 한 해의 운세를 점치며 오마모리(부적)을 구매한다
- 오세치 요리를 먹으며, 오토소(お屠蘇), 오조니(お雑煮), 와카미즈(若水) 등 설날에만 먹거나 마시는 전통 음식과 물로 새해를 맞이한다
- 가족과 함께 모여 조용하고 차분하게 시간을 보낸다
예로부터 삼가일은 새해의 신인 도시가미(年神様)를 집으로 맞이하는 매우 신성한 기간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2. 삼가일에 하면 안 되는 것들
이러한 인식 때문에 일본에서는 삼가일 동안에 해서는 안 된다고 전해지는 행동들이 존재합니다.
이 금기들은 도시가미에게 무례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자, 한 해의 평안과 복을 기원하는 마음에서 생겨난 전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삼가일에 피해야 한다고 여겨진 행동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설날에는 청소를 하지 않는다
- 칼이나 가위 같은 날붙이를 사용하지 않는다
- 불을 사용하는 요리를 하지 않는다
- 네 발로 걷는 동물의 고기를 피한다
- 설날에 다투지 않는다
- 필요 이상으로 돈을 쓰지 않는다
아래에서는 왜 삼가일에 이러한 행동들을 피해야 한다고 여겨졌는지, 그 이유와 배경을 하나씩 자세히 정리해봅니다.
NG 1. 설날에는 청소를 하면 안 된다

일본 설날에는 새해의 신인 도시가미(年神様)를 집으로 맞이하는 매우 신성한 기간이어서, 설날에 청소를 하면 “모처럼 찾아온 신과 복을 밖으로 쓸어내는 행동”으로 여겨졌습니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으로 전해지는 것은 아래와 같이 물과 관련된 청소입니다.
- 욕실 청소
- 화장실 청소
- 세탁
신을 물로 씻어 흘려보낸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대청소는 반드시 연말(12월 말)에 미리 해두는 문화가 있습니다.
NG 2. 칼이나 가위 같은 날붙이를 사용하지 않는다

일본 설날에는 칼을 사용하는 행동이 ‘인연을 자른다’, ‘복을 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칼이나 가위 같은 날붙이의 사용을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좋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또한 이 풍습에는 “새해에는 다치지 않고, 무사히 1년을 보내길 바란다”는 안전과 건강을 기원하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의 대표적인 설날 음식인 오세치 요리는 미리 재료를 손질해 두어, 설날 당일에는 칼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도록 준비된 음식이 대부분입니다.
NG 3. 불을 사용하는 요리를 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부엌에 불의 신 ‘아라가미/고진(荒神)’이 있다고 여겨져 왔는데, 설날만큼은 “불의 신도 잠시 휴식을 주자”는 의미에서 불을 사용하는 요리를 삼가는 풍습이 생겼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요리를 할 때 아쿠(灰汁, 거품이나 찌꺼기)가 생기는데, 이 ‘아쿠’라는 발음이 일본어의 ‘악(悪)’과 같아 “악이 생긴다”는 의미로 연결되어 설날에는 불길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일본의 설날 음식인 오세치 요리는 미리 만들어 두어 보관이 가능하고, 설날 당일에는 불을 사용하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음식 문화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NG 4. 네 발 달린 동물의 고기는 피한다

일본 설날에는 소나 돼지처럼 네 발로 걷는 동물의 고기를 피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인식이 있습니다.
이러한 풍습의 배경에는 불교의 살생 금지 사상이 크게 작용했으며, 과거에 천황이 승려에게 육식 금지령을 내린 영향으로, 설날 음식은 신이나 부처에게 바치는 정결한 음식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되었다는 설도 전해집니다.
요즘에는 오세치 요리에 고기가 들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전통을 중시하는 가정이나 분위기에서는 닭고기처럼 네 발이 아닌 고기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NG 5. 설날에는 싸우지 않는다

일본에서 설날은 가족이 함께 모여 평온하게 보내야 하는 시기로 여겨집니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다툼이 생기면 나쁜 운을 심어 한 해 동안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않게 된다고 생각해
예로부터 불길한 일로 여겨져 왔습니다.
笑う門には福来る
웃는 집에 복이 온다
이 말처럼 설날만큼은 서로를 배려하며 웃는 얼굴로 새해를 보내는 것이 복을 불러들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여겨집니다.
NG 6. 함부로 돈을 쓰지 않는다

일본에는 새해 첫날에 돈을 많이 쓰면 그해에는 돈이 모이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어, 예로부터 설날에는 쇼핑이나 불필요한 지출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다만, 신사 참배 시 내는 헌금은 신에게 감사와 소원을 전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일반적인 ‘지출’과는 다른 의미를 지니며, 설날에 허용되는 예외적인 사용으로 여겨집니다.
요즘에는 연말연시를 맞아 하츠우리(初売り)나 후쿠부쿠로(福袋) 같은 대규모 세일이 열려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전통을 알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계획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일본식 설날 매너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마무리
일본 설날에 전해지는 여러 금기들은 지역이나 가정, 종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 근본에는 공통적으로 신에 대한 존중과 한 해의 평안과 복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현대의 일본 생활 속에서는 이 모든 전통을 그대로 지키기 어려운 경우도 많지만, 그 의미를 이해한 상태에서 설날을 맞이한다면 일본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훨씬 깊이 체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에서 설날을 보내게 된다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이러한 전통을 한두 가지라도 의식하며, 조용하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기분 좋은 새해의 시작을 맞이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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